2024.10
그룹전
《Faint Echoes:
어디에나 있지만 희미한》
하나 갤러리
2024.10.03~12.03
Group Exhibition
《Faint Echoes: 어디에나 있지만 희미한》
전시 서문
《Faint Echoes: 어디에나 있지만 희미한》
전시 서문
박혜수(Hesu Park), 김판묵, 최우영은 현대인이 직면한 심리적 갈등과 내면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들의 작품은 내면의 갈등과 사회적 모순을 드러내며,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복잡한 내면의 양상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 《Faint Echoes: 어디에나 있지만 희미한》에서는 '이방인'이라는 공통된 소재에 집중하여, 우리 사회 속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 소재는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차용한 것이다. 영화는 프랑스 앙뉘라는 가상 도시에 위치한 잡지 French Dispatch의 폐간호 기사를 중심으로 세 가지 주요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각각의 이야기는 저널리스트들의 시선을 통해 전개되며, 그들은 다양한 사건과 인물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어 기록한다. 이처럼 저널리스트가 세상을 관찰하고 진실을 기록하는 방식은 예술가의 역할과 닮아 있다. 세 작가는 영화 속 저널리스트들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형식을 차용해, 이번 전시에서 모순적인 사회와 그 안에 살아가는 '이방인'들을 탐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예술과 예술가 섹션]에서는 사회가 인정하는 가치있는 예술과 예술가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예술의 간극을 보여준다. 이 간극 속에서 예술가는 성장하면서도 자신의 잠재성을 의심하고 방황하게 된다. 예술가는 결국 이 과정에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감정을 느낀다. 박혜수는 자신의 예술을 "고독한 환상"으로 표현하며, 색이 가득한 세상에서 무채색의 작업을 통해 스스로도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작품 <My Weird Merry-Go-Round>에서 이러한 환상을 기묘하고 고독한 분위기의 회전목마로 형상화한다.
[정치/시 섹션]은 프랑스 혁명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특히, 이방인인 기자가 혁명 투사들 사이에 개입하면서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복잡한 감정들은 김판묵이 구축한 가상의 세계관 '네이모스(Naimos)'의 캐릭터들과 유사한 면이 있다. 세계관 속 캐릭터들은 그들만의 기호로 현상에 대한 모순과 감정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이방인의 개입은 사건의 중심인 청년의 죽음으로 이어졌지만, 그 죽음은 명예롭게 포장되어 다른 이들이 새로운 이상을 꿈꾸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이방인을 세상을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는 관찰자로 보고, 이를 예술가의 모습과 동일시한다. 이처럼 이상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와 반복은 예술적 탐구의 순환과도 연결된다. 그의 이번 작업은 순환 속에서 인간의 이상과 모순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았다.
[맛과 냄새 섹션]에서는 흑인 동성애자인 필자가 동양인 요리사를 인터뷰하면서,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을 "길 잃은 게이" 또는 "동양인 요리사"로 지칭하며, 이방인으로서 겪는 옳음과 틀림의 경계 속에서 깊은 외로움을 경험한다. 최우영은 이번 작품에서 이방인A가 갇힌 공간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별개의 존재인 A는 속하고자 하는 집단에서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자기 자신은 집단의 누구에게도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는 모순된 감정을 품고 있다. 작가는 이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여, 두고 왔기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의 방황을 표현한다.
그룹전
《Faint Echoes:
어디에나 있지만 희미한》
전시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