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개인전
《창문은 열리고, 밤은 깊었지만》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
2024.08.23~09.28
《창문은 열리고, 밤은 깊었지만》
작가노트
“얼굴이라는 창문을 통한 인간관계에 의문을 갖지 않고 의존할 때와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자유를 순간 엿보았는지 모른다....얼굴을 잃은 덕분에 창문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 실제로 바깥 세계를 접할 수 있었는 지도 모른다.”
아베 코보의 소설 『타인의 얼굴』(1964)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사고로 얼굴을 잃은 남자가 원래 자신의 얼굴을 갈망하고 그 대안으로 가면을 만들게 되는 이야기다. 남자는 얼굴이 없어진 자신을 비정상이라 생각한다. 얼굴의 유무가 정상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생각했지만, ‘그 범주에 있는 것이 정상인 것일까?’와 같은 의문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얼굴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소속감에 대한 문제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준이 있다. 아니,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에 과도하게 소통하며, 그것을 게시하고 공유한다. 그 과정에서 너의 기준은 나의 기준이 되어간다. 내가 알던 것은 ‘다르다’에서 ‘틀리다’가 돼버린다. 최근에 인터넷에 떠돌던 가짜 뉴스가 진짜가 되어가는 걸 보았다. 작은 프레임을 통해 현실을 마주한 시야는 좁아졌고, 갇힌 시야는 정상의 범주를 축소시켰다. 나만 모르고, 나만 다르다는 생각이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 일까. 우리는 기준 없이 타인의 판단을 신뢰하고 그 의견을 최신 정보로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분명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다름이 두려웠다.
어쩌면 페르소나를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신념을 뒤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다. 이번 전시 《창문은 열리고, 밤은 깊었지만》은 얼굴을 숨기고 비판 없이 대다수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물론 동조하면서도 자신의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다. 그러니 궁금증을 숨기고 서로의 페르소나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아베 코보는 소설에서 얼굴을 관계의 매개체가 되는 창문으로 비유한다. 얼굴 없는 남자는 없어진 얼굴을 문제로 인식하고 남들과 비슷한 모습을 한 가면을 만든다. 남자는 얼굴을 소통의 수단으로 원했지만, 얼굴을 보고 타인을 마주하는 순간이 와도 서로의 민낯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다수의 범주에 속하기위해 적은 정보를 믿고 타인에게 동조하며, 또 다른 얼굴을 만들 뿐이다. 요즘은 얼굴이 있어도 타인과 연결되는 통로가 막혀버린 것 같다. 핸드폰의 작은 불빛에 의지해 서로를 알아보려 해도 그것조차 쉽지 않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밤처럼 사회에서 진짜 얼굴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그림자에 숨겨진 익명의 얼굴들만이 존재한다. 그러니 익명 뒤에 숨어 창문에 그려진 그림들만 바라볼 뿐이다. 오늘도 창문은 열리고, 밤은 깊어간다.
전시 서문
‘창문은 열리고, 밤은 깊었지만’
창문이 열려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 어두워지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 얼굴은 드러내지 않고, 익명 뒤에 숨는다.
-최우영
창문이 열려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 어두워지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 얼굴은 드러내지 않고, 익명 뒤에 숨는다.
-최우영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에서는 오는 8월 23일부터 9월 28일까지 최우영의 개인전 《창문은 열리고, 밤은 깊었지만》을 개최한다. 동시대의 인간을 파고드는, 말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감정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얼굴 없는 얼굴의 인물은 최우영 작품의 서사와도 같다. 해석의 여지가 되는 표정 매개가 상실된 주(主)가 없는 탈의 얼굴,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알리가 만무하기에 마치 짙은 밤에 마주한 얼굴과도 같다. 인물의 몸짓은 얼굴의 상과 더불어 개인성을 엄폐하고 피상적이며,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도외시하지만 영 닮아 있다.
작가의 사적 내면과 관계의 경험에서 향발된 독창적인 인물은 나아가 동시대인의 관념적인 고독을 담아내면서 하나의 인물은 둘이 되고 그 이상이 되어 군중을 이룬다. 각개의 척도를 묻고 타인과 상동해야 한다는 강박을 안은 채 관계를 맺는데, 함께여서 안도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익명에서 오는 단절과 소외로 인한 불안한 이중적인 공기가 감돈다. 한정적인 구도 안에 고립된 인물과 소품이 놓인다. 배경 없이 드러나는 물질적 대상은 대화를 이어 나가게 하는 커피, 서로를 변별하게 하는 희미한 양초의 빛, 다양성을 감추고 서로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것의 비슷한 모습과 색을 가진 의상 등 관계를 대변하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
적막은 물리적으로 혼자일 때만 현존하지 않으며 현 사회의 틀안에서 닮아갈수록, 함께 할수록 모순적으로 다가오곤 한다. 본 전시를 통해 작가가 지휘한 단일하고 독립적인 통일적 존재와 분위기를 담은 작업을 바라보며 보는 이의 내면세계 어느 한곳에 맞닿아 생겨나는 비등한 감정의 동조를 느껴 보길 바란다.
작가의 사적 내면과 관계의 경험에서 향발된 독창적인 인물은 나아가 동시대인의 관념적인 고독을 담아내면서 하나의 인물은 둘이 되고 그 이상이 되어 군중을 이룬다. 각개의 척도를 묻고 타인과 상동해야 한다는 강박을 안은 채 관계를 맺는데, 함께여서 안도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익명에서 오는 단절과 소외로 인한 불안한 이중적인 공기가 감돈다. 한정적인 구도 안에 고립된 인물과 소품이 놓인다. 배경 없이 드러나는 물질적 대상은 대화를 이어 나가게 하는 커피, 서로를 변별하게 하는 희미한 양초의 빛, 다양성을 감추고 서로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것의 비슷한 모습과 색을 가진 의상 등 관계를 대변하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
적막은 물리적으로 혼자일 때만 현존하지 않으며 현 사회의 틀안에서 닮아갈수록, 함께 할수록 모순적으로 다가오곤 한다. 본 전시를 통해 작가가 지휘한 단일하고 독립적인 통일적 존재와 분위기를 담은 작업을 바라보며 보는 이의 내면세계 어느 한곳에 맞닿아 생겨나는 비등한 감정의 동조를 느껴 보길 바란다.
개인전
《창문은 열리고, 밤은 깊었지만》
전시 전경